이혼후 300일내 출생아는 前남편 아이? "헌법 불합치"
2015-05-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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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형법 241조 간통죄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당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 /사진=뉴스1 |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민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최모씨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며 민법 제844조 및 제855조에 대해 제기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일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최씨는 2012년 2월 전 배우자와 이혼신고를 했다. 이후 동거인과의 사이에서 같은해 10월 딸을 출산했다. 최씨는 이듬해 5월 딸의 출생신고를 하려 했으나 민법 844조에 따라 '전 배우자의 성을 따라 딸의 이름을 신고해야 한다'는 담당 공무원의 설명을 들었다.
이후 유전자검사 결과 최씨의 딸은 동거인의 친자로 확인됐다. 이에 최씨는 "친생자 관계를 바로잡으려면 전 배우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서는 어느 시기에 누구와 성관계를 했는지 밝혀야 하는데 이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민법 845조, '재혼한 여자가 해산한 경우에 844조의 규정에 의해 그 자의 부를 정할 수 없는 때는 법원이 당사자의 청구에 의해 이를 정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는 최씨가 동거인과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했다는 점에서 법령이 적용되지 않아 심판 대상에서 제외했다.
헌재는 844조에 대해 "최씨의 사례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전 배우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이는 여성이 이혼 후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데 부담이 된다"고 판단했다. 또 "남성의 경우에도 전처가 이혼후 출산한 제3자의 자녀가 자신의 친생자로 추정되는 것은 진실한 혈연관계를 회복할 길이 막혀 버린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이같은 불합리한 결과는 단기간 내 재혼이 드물었던 민법 제정 당시에는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혼인관계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전 남편이 아닌 남자의 자녀를 출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그 부자관계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문제점이 대두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이미 혼인관계가 해소된 이후 자녀가 출생했고 최씨의 사례처럼 생부가 출생신고를 하려는 경우에도 아무런 예외 없이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를 전 배우자의 친생자로 추정하도록 하는 조항은 지나치게 불합리한 제한"이라고 결정했다. 다만 헌재는 이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입법자가 조항을 개선할 때까지는 잠정적으로 해당 조항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에 대해 이진성 재판관과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해당 조항은 혼인관계 종료 후 출생한 자녀의 친생자관계에 관한 근본이 되는 추정규정"이라며 "추정규정은 진실을 알지 못하는 단계에서 법률관계를 안정시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또 "불합리한 경우가 있다고 해 추정규정을 위헌이라고 한다면 모든 추정규정은 위헌성을 지닌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501_0013636896&cID=10203&pID=10200
헌법재판소가 이혼한 뒤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를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민법 844조 2항이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최모씨가 낸 헌법소원 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하고, 기존 법 조항은 개선된 법을 만들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고 5일 밝혔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인정하지만,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개정 때까지 그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친생추정제도인 민법 844조 2항은 이혼한 뒤 300일 이내에 태어난 자녀를 전남편의 자녀로 간주한다. 이 같은 법적 효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별도의 소송(친생부인의 소)을 내야 한다.
재판부는 "이혼과 재혼이 많이 늘고 일정 기간 여성의 재혼을 금지한 법도 폐지됐으며 협의·재판 이혼에 필요한 기간이 늘어났다"며 "이혼한 뒤 300일 이내에 태어난 자녀가 이전 아버지의 친자일 개연성은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생추정제도는 부자 관계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증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유전자 검사 등으로 친자 관계를 증명할 수 있다"며 "부자 관계 입증이 곤란하다는 이유는 친생추정제도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현남편 사이에 낳은 자녀가 전남편의 아이라는 추정을 피하려다 생긴 부작용도 지적했다. 이혼일로부터 300일 이후로 출생신고를 늦추는 게 대표적이다. 출생신고가 안 된 기간 동안 자녀의 법적 지위가 사라져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급여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재판부는 "유전자 검사로 자신의 친자임을 적극적으로 확인할 의사가 있다면 굳이 전남편의 자녀로 추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 경우에도 반드시 별도의 소송을 거치도록 한 것은 절차적 낭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이 법 조항은 민법이 제정된 뒤 사회적·의학적·법률적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300일의 기준만 강요했다"며 "가정생활과 신분 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바로 위헌으로 결정하면 전 남편의 자녀임이 명확한 경우에도 자녀가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개선된 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기존 법 조항을 계속 적용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은 "법 조항 자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안정된 법적 지위를 갖추게 함으로써 법적 보호를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며 "민법 846조와 847조로 심판 대상을 확장해 친생추정을 번복할 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마련하는 편이 낫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실제로 전·현남편 모두 자신의 자녀임을 확인하려고 하지 않거나 아빠가 누구인지 명백하지 않을 경우 자녀의 법적 지위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외국에서는 친생추정과 관련한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현남편의 자녀라는 점을 의학적으로 증명하면 이혼한 뒤 300일 이내에 낳은 자녀라도 친생추정에 예외를 두는 법무성 지침을 2007년에 만들었다. 독일에서는 이혼 소송을 시작한 뒤에 자녀가 태어나고 현남편 역시 자신의 자녀임을 알게 된 경우 친생추정을 제한하고 있다.
앞서 최씨는 2012년 2월 전 남편과의 이혼 신고를 하고 238일 뒤 새로운 동거남 송모씨 사이에 딸을 낳았다. 최씨는 출생신고를 하러 갔다가 딸이 전남편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신고를 보류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송씨의 친자로 확인됐고, 송씨도 자신의 친딸이라고 인정했다. 최씨는 이 법 조항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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