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실명사고 가스' 의약품 아닌 산업용…관리체계 구멍 hobby

'실명사고 가스' 의약품 아닌 산업용…관리체계 구멍

  2015-10-12 18:40


제주대학교병원
사용중단명령·전수조사도 안돼…가스성분 문제 있으면 어쩌나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잇단 실명(失明)사고가 발생한 제주대학교 병원에서 눈 시술에 사용한 가스(과불화프로판·C3F8)가 허가된 의약품이 아닌데다 이를 관리하는 정부 기관·부처도 명확하지 않은 등 관리체계에 구멍이 드러났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 가스업계, 제주대병원 등에 따르면 제주대병원이 사용한 이 'C3F8' 가스는 의약품으로 허가된 제품이 아니라 중국에서 산업용으로 수입된 것이다.

수입 업체는 이 가스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이 가스가 여러 가스업체를 거쳐 어떻게 제주대병원에 의료용으로 납품됐는지의 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식약처는 의료행위에 사용하는 각종 가스를 '의료용 고압가스'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의료용 고압가스에 대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도 마련해 올해 7월부터 적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C3F8'이 안구에 직접 주입되는 가스임에도 '의료용 고압가스'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이런 입장을 바탕으로 식약처는 지난 2월 제주대병원이 성분 분석을 의뢰했을 때 "허가된 의약품이 아니라 분석할 수 없다"며 고압가스 관련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로 문의하라고 안내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우리가 품질 검사를 하도록 규정돼 있지 않다"며 공을 다시 식약처로 넘겼다.

이처럼 식약처, 산업부, 가스공사, 보건복지부 등 각 기관·부처가 서로 공을 넘기는 사이에 시간은 수개월이 흘러 환자 3명이 잇따라 실명한지 열 달이 다 되도록 사고 원인 규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허가된 의약품은 허가할 때의 성분이나 함량 기준을 바탕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허가되지 않은 제품은 기준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분석할 수가 없다"며 "우리가 의료행위에 사용되는 모든 제품을 다 의약품으로 등록해서 관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의료법상 의사가 학술연구나 논문 등을 근거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식약처에서 허가한 의약품이 아니더라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주대병원은 이 가스는 독성 보고가 없어 수십년 동안 여러 병원에서 안구 내 주입 용도로 사용됐으며, 최근 문제가 된 가스로 교체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만일 아무런 근거 없이 부적절한 의료행위를 했다면 '의료인의 품위손상 행위'로 보고 자격정지 등의 조처를 할 수 있지만, 이번 사례는 시술 사례가 많다면 의료인 품위손상으로 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부분을 맡아서 관리·감독할 정부 기관·부처가 어딘지, 어떤 법을 적용해 규제해야 할지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재 전국 안과 가운데 제주대병원과 같은 중국산 가스를 사용하는 병원이 전국에 몇 곳이나 되는지, 이 가스가 어떤 위험성을 갖고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찰이 조만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가스 성분 분석을 의뢰하기로 했지만 분석 결과가 나오려면 수개월이 걸린다.

가스 성분에 문제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현재 사용중단 명령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가스를 시술에 사용해 시력을 잃는 사례가 더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 지금 단계에서는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제주대병원에서는 올해 1월 20일 망막박리 시술 등에 사용하는 가스를 교체한 뒤 20여 일 사이 시술을 받은 환자 3명이 잇따라 시력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국과수에 해당 가스에 대한 성분 분석을 의뢰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