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이 25일(현지시각) 애플의 ‘압승’으로 끝났다. 삼성은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특허 5건을 침해한 혐의를 인정받아 10억4934만 달러(약 1조1910억원)를 배상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24일 한국 법원의 판결과 달리 삼성의 ‘완패’에 해당하는 결과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삼성이 멀티터치 줌, 바운스백 등 2건의 특허와 디자인 관련 3건의 특허 등 5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멀티터치 줌은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축소하는 기능이고, 바운스백은 화면 이동 시 손가락을 화면 가장자리에 놓아 튕겨내는 기능이다.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 4건 가운데 태블릿PC 관련 특허를 제외한 3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또 애플이 주장한 3건의 기술특허도 모두 인정했다. 7건 중 6건을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주장한 특허 5건은 모두 기각됐다. 앞서 24일 한국 법원은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애플 측 주장을 모두 기각한 바 있다.

   
▲ ⓒCBS 노컷뉴스

애플 측은 평결 직후 “삼성전자의 모방 정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줬다”며 “우리 제품은 고객들을 위한 것이지 경쟁자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평결은) 미국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이고 혁신을 감소시키게 될 것”이라며 “아직 최종판결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법원은 한 달 이내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된다.
 
애플은 이번 평결에 따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당분간 ‘카피캣(모방꾼)’이라는 오명에 시달리게 됐다. 무엇보다 법원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광범위하게 인정한 만큼, 여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애플과 다른 디자인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애플은 소송을 대상을 확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항소를 예고했다. 삼성전자 측은 “둥근 모서리를 가진 사각형 형태와 같은 디자인은 애플이 최초로 디자인한 것이 아니며 한 기업이 독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애플이 주장하는 상용특허 다수도 애플 제품이 출시되기 전 이미 선행기술들이 존재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이 지나치게 폭넓게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인정했다는 불만이다.
 
외신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애플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 정도로 일방적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산타클라라대 법학과 브라이언 러브 교수의 말을 인용해 “애플의 거대한, 전례 없는 파격적인 승리”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의 거대한 승리”라는 스탠퍼드대 법학과 마크 렘리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IT매체인 씨넷은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애플 본사에서 불과 10마일 내에 있는 만큼 애플에는 홈그라운드였고 배심원들도 대부분 실리콘밸리 안팎 출신이어서 애플에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결과가 이처럼 일방적인 점은 의외”라고 보도했다. 이날 법원이 평결한 손해배상액은 특허침해 소송 역사상 손에 꼽힐 정도로 이례적인 규모라는 평가다.
 
한편 애플과 삼성은 전 세계 곳곳에서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에 대한 이 같은 재산권 소송은 배상액보다는 두 회사의 ‘자존심’ 싸움에 무게가 실려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무기로 전 세계 통신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애플과, 모바일 시장의 ‘전통적 강자’로 꼽히던 삼성이 시장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다툼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며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다. 독자적인 플랫폼(iOS)와 앱스토어 등을 바탕으로 ‘애플 생태계’로 모바일 기기를 통합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사양 하드웨어에 승부를 거는 한편, 태블릿PC 시장에서도 추격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