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떠나는 양건 "외풍에 역부족" 언급 파장>(종합) hobby


<떠나는 양건 "외풍에 역부족" 언급 파장>(종합)

2013/08/26 17:43

말문 닫은 양건 감사원장
말문 닫은 양건 감사원장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26일 이임하는 양건 감사원장이 오전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13.8.26 jeong@yna.co.kr

"개인적 결단", "여러 힘든 일 감내" 모순된 주장

감사원 "양원장 인사독립성 갖고 싶었던듯" 해석

野 "외풍실체 확인, 靑 해명해야"…靑·與 양건 이임사에 '유감 표명'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임기를 1년 7개월여 앞두고 자진 사퇴한 양건 감사원장이 26일 이임사에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과 직무 독립성 논란과 관련, "외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양 원장은 이날 감사원 제1별관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 이임사에서 "이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개인적 결단"이라고 말했다.

짧지 않은 잔여임기에도 불구하고 사퇴하는 것은 외부의 압력이나 종용에 따른 것은 아니며 스스로의 결심임을 일단 공개리에 확인한 것.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양 감사원장은 이임사 곳곳에 자신이 전격 사의표명에 이르게 된 정치적 상황에 대한 강한 불만을 시사하는 듯한 언급을 심어놔 파장을 예고했다.

우선 양 원장은 "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다.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것들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임기를 지켜낼 수 없는 '여러가지 힘든 것들'이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도 이임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최근 감사원에서 있었던 일을 돌아보면 이슈는 감사위원 임명제청 건밖에 없었다"며 "임명제청에 있어 좀 이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며 양 원장은 아마 인사 쪽에서 상당히 좀 독립성을 갖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퇴의 직접적 이유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청와대와 중앙대 장훈 교수의 감사위원 제청을 놓고 갈등을 벌인 일은 있었음을 에둘러 확인한 것이다.

특히 양 원장은 이임사에서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 힘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토로했다.

굳은 표정으로 떠나는 양건 감사원장
굳은 표정으로 떠나는 양건 감사원장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양건 감사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13.8.26 jeong@yna.co.kr

그러면서 "감사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뭐니뭐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며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양 원장은 이임식에 앞서 감사원 1급이상 간부들과 티타임에서도 "감사원 독립성은 제도상 문제가 있다. 대통령 소속이어서 직무상 독립이라는 말에 어폐가 있다. 어떡하라는 말이냐. 구조적 모순이라고 생각한다"며 독립ㆍ중립을 지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이 같은 언급은 자신의 재임기간 감사업무나 인사 등에 관한 압력을 비롯한 정치적 외풍이 적지않았음을 강하게 풍긴 것으로 감사원의 직무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 상당히 훼손되는 일이 있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양 원장은 정치적 외풍이나 독립성 훼손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4대강 감사번복에서 부각된 감사방향에 대한 문제나 감사위원 임명 등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이견, 감사원 내부에서의 고립화 등이 사퇴의 배경임을 강하게 시사했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은 청와대를 겨냥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감사원을 흔드는 '외풍'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청와대가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결국 양 원장이 외풍을 막지 못해 흔들렸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감사원이 제대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양 원장의 이러한 주장에 여권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4대강 감사번복 논란으로 여권 전체로부터 신뢰를 잃은 양 원장이 '출구'를 찾기위해 스스로를 '희생양'으로 자처하며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게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대체적인 기류이기 때문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새 정부에서는 양 감사원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유임을 결정했지만 자신의 결단으로 스스로 사퇴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갈등설 등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자칫 '진실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감사원이라는 곳이 불가피하게 외압이나 외풍이 있을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가 감사원장으로 가서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공정하게 감사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기본적인 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퇴하겠다는 것 자체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양 원장은 이임식을 마치고 감사원을 떠나기 전 정원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주차장 광장에서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취재진이 몰려가 여러 '외풍'이 어떤 의미인지 질문을 던졌지만 입을 굳게 다물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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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 감사원장 이임사 전문>

▲오늘 감사원을 떠납니다.


지난 2년 수개월간 함께 수고하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습니다.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왔습니다. 헌법학자 출신이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은 개인적 결단입니다.


그동안 어떤 경우에도 국민들께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특히 감사업무 처리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덮어버리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깁니다.


감사 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뭐니뭐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입니다.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입니다.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합니다.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채 여러분께 맡기고 떠나게 돼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공직을 처음 맡았을 때 품었던 푸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떠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이제 사사로운 삶의 세계로 가려 합니다. 여러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3/08/2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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